올 상반기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이 시도 단위 심사에서 무더기로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융자 심사 결과 도와 시군이 신청한 22건 중 1건만 승인됐으며 20건은 조건부 승인되고 1건은 재검토 판정을 받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조건부로 승인된 20건의 경우 국비와 교부세, 지방양여금 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승인된 것으로 국비 등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독자적인 시행 능력이 없을 때 반쪽 시행에 그치게 된다. 이는 자치단체가 이번 심사에서 불허되거나 반려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는 국고 보조금과 양여금을 받지 못하며 지방교부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이 이처럼 적정 판정을 받지 못해 무더기로 탈락된 것에 대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적정 조건을 갖추지 않은 채 일단 신청해 모양새를 갖추자는 식의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종래의 예에 비추어 자치단체가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은 단체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현역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재출마를 하고 있는 데다 다시 출마하지 않은 단체장들도 공약사업 이행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정부 예산 확보에 소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가 신청한 도립 종합미술관과 하북·용연간 도로 개설사업, 가조2교 재가설사업 등 3건이 국비 미 확보 등의 이유로 조건부 승인된 것이나 진주시가 신청한 모덕지구 생활체육공원 조성과 생물산업단지 조성, 효자·자매 간 도로 확장포장 사업 등과 사천시의 통창지구 도시 저소득 주민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이 국비와 교부세, 양여금을 확보하지 못해 조건부 승인된 경우에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김해시가 신청한 장군차 정원조성 사업은 경제성과 경쟁력이 불투명해 재배면적을 늘린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된 점도 예산 등 적정 조건을 갖추기보다는 의욕이 앞선 경우다.
정부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집행이나 불필요한 지역 순방 등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들이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 단체장들의 재출마와 임기 만료 등의 누수현상이 겹친 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변수 등 정부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투융자사업의 차질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