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집권초반에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중 하나로 우리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학교급식법 개정과 새로운 조례 제정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경남도 등은 이같은 조례가 WTO협정에 위배된다며 조례제정이 안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쪽으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고,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방안은 노 당선자가 이미 공약에서 밝힌 것은 물론이고 현재 정부 각 부처, 지자체, 국회, 지방의회, 시민단체 모두 공감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와 의회, 학부모회, 시민단체, 농민단체 등은 정부가 충분한 예산투자없이 10여년동안 민간위탁급식제도를 시행해 옴에 따라 값싼 수입농산물이 학교식탁을 점유했고 결국 입맛을 버린 학생들이 인스턴트 식품을 찾게 돼 우리 농산물은 더욱 외면받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학교 급식도 교육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식품비외의 경비는 모두 국가가 마련하겠다는 전제 아래,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급식법이나 조례에 우수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식의 문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농산물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경천 진주시의원은 “미국의 경우 정부가 조달하여 학교에 공급하는 물자는 물론 학교가 자체적으로 구매하는 물자까지 급식재료를 자국산으로 사용하도록 학교급식법에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조달협정의 예외조항 때문에 WTO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 농업을 되살리기위한 방법의 일환이자 민족의 미래를 책임져 나갈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지역 우리 농산물의 최우선 이용을 의무화하는 학교 급식조례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이를 위해 도내 지방의회의 협의체 구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적인 상품을 규율하는 GATT 협정에 내·외국산간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원칙 규정과 지방정부도 GATT협정 준수 규정 등을 내세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에 있어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의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것은 ＷＴＯ협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산농산물 사용에 따른 학부모들의 급식비 부담과 일선 학교에서 자국산 농수산물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 등 걸림돌이 많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이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노 당선자가 이미 대선과정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약한데다 WTO규정상 자국산 보호를 위한 평화조항 이행기간(95~2003)이 올해 만료되기 때문에 빠르면 올 상반기중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국적으로 시민단체, 학부모회, 생활협동조합단체, 종교단체, 여성단체, 농민회, 민주노총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지역별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본부를 결성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