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륜스님
(운흥사 주지)

“마음을 항상 비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을 비워 두어야 정의와 진리가 그 곳에 와서 산다. 마음은 항상 채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이 충만해 있으면 물욕이란 들어올 수가 없다."
얼마전 우리 국민 모두는 기대와 꿈이 부풀어 21세기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했고, 드디어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돌이켜 볼 때 우리의 정치사는 탐욕과 부패로 얼룩지고 국민의 손에 의해 뽑혀서는 곧바로 국민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망각과 불신임의 정치였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크고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라 단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만큼 누릴 수 있는 사회, 원칙이 통용되고 정의가 살아있는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높을 수 밖에 없다. 낡고 부패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어느 한 곳에 편중됨 없이 깨끗하고 소신있는 국정 수행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 굳게 믿는다.
지난해 우리는 유난히 굵직굵직한 일들을 많이 치뤄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의 응집력이었다. 월드컵 응원 때도 그러했고 요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촛불의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아, 우리에게도 주권의식, 시민의식, 참여의식이 펄펄 살아있구나! 혼자만의 안위가 아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와 따뜻함을 간직한 맑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런 응집력으로 우리는 새로운 정부에 의한 새 정치를 지켜볼 것이다.
계미년의 희망찬 태양은 이미 저 산꼭대기 위에서 힘차게 솟아 올랐다. 우리 안에 진리가 머물도록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자.
뜻한 바를 공약으로만 또는 작심삼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정한 삶에 동승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자 자신을 맑히고 또 맑혀 우리 모두의 마음이 청정해져서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빛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