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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패 ‘반곱슬’의 유럽여행기 7. 체코에서 만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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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체코 프라하로 넘어오는 야간열차를 탔다. 동유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기차 차장들과 체코경찰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악명높은 소문때문에 우리는 기차를 타기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체코는 지금까지 우리가 다닌 서유럽 국가와 다르게 철도패스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경역에서 프라하까지의 구간은 별도로 티켓을 사야하는데, 차장들이 터무니없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든지, 티켓이 있더라도 별도의 요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새벽이 되자 체코 국경에 가까워 졌는지, 독일 경찰이 여권 검사를 한 후 다시 체코경찰이 여권제시를 요구했다. 우리는 바짝 긴장했지만 의외로 체코경찰은 친절하게 예쁜 체코 스탬프를 여권에 찍어주고 간다. 곧이어 차장이 와서 티켓을 검사했지만, 아무말 없이 오히려 콧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모습이 우리를 편안하게 했다. 괜한 의심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간혹가다가 그런 못된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진 않을거야.'
의심이라는건 이렇게 보편성의 오류에 빠지기 쉽상이다. 그제서야 우리는 기차안에서 새벽단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체코 프라하. 우리가 프라하의 봄을 기억하고 있듯이, 이곳은 구소련의 억압적인 공산주의에서 벗어난지 얼마안되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공산국가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아볼수 있을까하는 기대에 차 있었다. 내가 사는 공간인 자본주의 사회와는 뭔가 틀린 점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였다. 하지만 프라하의 첫모습은 상상밖이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인지 몰라도 체코 사람들의 옷차림은 지금까지 서유럽국가보다 더 개방적이고 세련되어 보인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들로 도시는 활기차다. 공산권 국가에서 이렇게 탈바꿈한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물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외에도 갑작스런 변화로 인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모습에 일단 풍물공연에 대한 걱정이 놓인다. 그리고 현대적 건물보다는 중세의 건물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프라하의 모습은 아담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100만불짜리라는 프라하의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잔 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민박집에는 우리말고도 누나한명과 아저씨한명이 더 머물고 있었다. 다들 우리보다 이집에 먼저왔는지 주인형들이랑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함께 그 자리에 끼고 싶었지만, 초면에 대뜸 말을 걸 용기도 나지 않았고, 우리 팀 중에 아무도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어 아쉽게 하루를 마감하려 했다.
그렇게 혼자 아쉬움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주인 형이 체코산 커피를 대접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알고 보니 모두 같은 층에 묵는 사람이다. 초면의 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한국을 떠나온 배낭여행객이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나이와 성별을 떠나 금방 친해질수 있었다. 서유럽에서 북유럽까지 다녀온 하나누나는 앞으로 더 아래로 내려가 그리스까지 간다고 하는데 총 70일 일정이라고 한다.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혼자서 그 긴 여정을 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 끝내 나이를 밝히지 않으신 성우아저씨는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본 베테랑 여행가였다. 우리가 풍물공연을 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에 다들 놀라워했고, 그바람에 시작된, 지역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도 하신다는 성우아저씨의 음악이야기는 우리의 국악과 서양악을 넘나들면서?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늦게 시작된 자리였지만, 이야기가 더 길어지자 주인형도 맥주와 손수 만든 안주를 대접해 주시는 바람에 그 자리는 더 화기애애해지면서 무르익! 갔다. 그렇게 저마다의 여행이야기와 인생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가까워진 우리는?프라하의 새벽을 보고서야 다음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살고 있는 삶도 있구나 싶기도 하면서 다들 특별한 자신의 인생을 사는 만큼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여행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번의 여행의 의미를 찾고 있던 나에게 또다른 답을 던져주었다. 여행은 일년을 하루같이 살아가는 불쌍한 현대인의 인생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까? 그렇게 반복되는 삶을 거부하기 위해서 그 공간을 떠나?저마다 여행을 간다. 그리고 그 여행속에서 삶의?균형감각을 찾을 수?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해가 중천에 떠서야 우리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우아저씨는 일정상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신단다. 아쉬웠지만, 다음 우리의 일정도 빈이었기 때문에 빈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누나는 우리가 오늘 공연할 건데 꼭 보고 가라고,?그리고 우리와 함께 내일 빈으로 가자고 꼬시는 바람에, 체코에서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일정을 포기하고 오늘은 우리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 일정의 주안점은 풍물공연이다. 프라하에서는 카를교 위에서 다채로운 거리공연이 이루어지는데 거의 수준급이었다. 민박집 형 말로는 아마 공연을 하기위해서는?경찰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던 우리는 지금까지 허가 없이도 잘 해온 것을 믿고 일단 공연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체코경찰의 횡포가 떠오르면서 혹시 소란죄로 잡혀가거나 벌금을 물지는 않을까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저녁무릅에 공연을 하기로 결정해놓고?프라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다들 공연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으로 제대로 관광을 하지 못했다. 설레임이라는 것은 공연을 계속해도 없어지지?않는 것인가 보다.
프라하의 야경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낼 즈음, 우리는 카를교를 한참 서성이다가 크게 한숨들이쉬고 장소를 잡고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민복으로 갈아입는 동안에 벌써 많은 사람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꽹과리의 시원한 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경찰에 대한?걱정으로 자신감없이 시작된 공연이었지만, 이내 그 흥에?몰입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어디서 뛰어왔는지 체구가?큰 체코 경찰이 “STOP!"을 외친다. 일시에 판은 깨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벌금을 물거나하는 큰 무리없이 경찰은 경고만 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 모습에 아쉬운 관객들도 우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 억지로 일정을 바꾼 하나누나와 카를교까지 악기를 실어주며 구경나온 민박집형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우리는 민박집 앞 잔디공원에서 하나누나와 민박집 식구를 위한 조촐한 공연을 하고서 그나마 아쉽고 미안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프라하의 마지막 밤, 미안한 우리가 맥주를 제공했고(체코맥주는 우리나라 물보다 싸다), 오랜만에 맥주에 취해서 그 날도 각자의 이야기와 우리의 공연이야기로 밤! 하얗게 새고 프라하의 새벽을 맞이했다.
뒷날 아침 우리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타고자?했던?첫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체코를 떠나는 아쉬운 마음에 기차를 놓친게 아깝진 않았다. 그리고 비록 민박집 식구들과는 헤어져야 했지만, 여기서 만난 하나누나는 아직 우리와 함께라는 것이 위안이?되었다. 그렇게 정든 민박집을 떠나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떠난다고 해서 그 아쉬움에 젖어있도록 놓아둘 만큼 호락호락한게 아니었다. 다음 열차에 거의 시간을 맞추어 도착한 우리는 체코의 엉성한 열차 안내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몇번 플랫폼에 탈지를 몰라 한참을 헤매고, 우리가 탈 열차를 찾다가 그만 하루에 몇번 없는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과연 오늘 안에 빈에 도착할 수?있을까?"
괜히 우리때문에 일정이 꼬인 하나누나에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누나는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온통 체코어만 적혀있고, 영어도 안통하는 역무원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을 못찾고 있다가, 우리만의 추리로 일단은 체코 국경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과연 국경역에 가면 빈으로 가는 열차가 있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가, 체코 국경역에서 기차출발전광판에 적혀있는 'VIEN'을 발견했을때, 우리는 뛸듯이 기뻤다.
? 그 열차가 꽤 오랫동안 연착되는 바람에 또 한번 마음을 졸이다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빈에 도착할 수?있었다. 그리고 그 기차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누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이렇게 어려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어느새 하나누나도 우리 식구속에?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누나가 참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자기의 일정에 따라 헤어져야 할 배낭객의 인연이지만, 그렇게 주어진 소중한?시간동안 그 느낌에 솔직해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 먹은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나를 이렇게 더 자신있고?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또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기다리고 있을까? 한동안 잠잠했던 여행에 대한 벅찬 기대가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 정 명 진 2003년 06월 26일 12시 16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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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