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졸업·입학 시즌이 다가왔다. 졸업·입학은 단순히 마침과 시작이라는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성장이라는 보다 더 큰 뜻이 담겨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책이다. 책 속에서 얻은 지혜는 지적인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대별로 선물의 변천사가 달라지고 있지만 책은 시대를 불문하고 빠지지 않는 훌륭한 선물이다.
■ 파이 이야기 = 열 여섯 살 소년 파이가 200㎏이 넘는 사나운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 보트에 몸을 싣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다는 이야기다. 소년 파이는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으며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홀로 남겨진 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절망과 공포와 고독을 경험한다. 마침내 육지에 다다랐을 때 어른이 되어 버린다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가 담겨있다.
<파이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소설이며 동시에 ‘인생’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절망적인 상황을 그렸음에도 독특한 유머감각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부커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이 책은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증보판은 기존 책에는 없는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기록한 글들과 1970년대 초반 안양·대전 교도소에서 쓴 편지들이 빠짐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담겨 있어 저자의 20대 사색 편린들과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까지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환경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나약한 변명을 뛰어넘어 인간의 승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십대 청춘에 감옥에 들어가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되어 출소하기까지 신영복 선생이 삶의 성찰로 풀어낸 사색의 흔적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 다 빈치 코드 = 2003년 3월 첫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약 700만 부가 판매된 화제의 책이다.
한때 평범한 교사이기도 했던 무명작가 댄 브라운을 일약 ‘소설계의 빅뱅’자리에 올려놓은 이 책의 인기비결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단체가 실존하는 교파이고, 소설에서 랭던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미스터리의 인물들도 우리가 흔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고대 역사와 비밀단체, 암호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와 함께 충분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토대로 한 탄탄한 구성력에 독자들이 빠져든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1978년 BBC 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해 TV 드라마, 책, 음반, 게임 등 온갖 버전으로 확장되며 사랑 받아온 ‘코믹SF’장르의 고전으로 기발한 착상과 유머감각으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다. 모두 5권으로 된 이 책은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우주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가 빛나는 숨은 걸작이다.
애덤스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광대한 은하계를 배경으로 웃음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하게 된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자유분방한 우화의 세계를 그린 이 책은 형식과 권위를 파괴하는 자유로움, 진지한 주제들을 사소한 농담처럼 희화화하는 익살스러운 유머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한순간도 독자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나 이야기의 개연성 같은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 아름다운 밤하늘 = 이 책은 과학작가로 유명한 쳇 레이모의 천문학 교양서이다.
특별히 제작된 24개의 계절별 별자리 지도를 통해 계절별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과 행성, 혜성, 유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풍부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격인 책이다.
또 별자리에 얽힌 신화 이야기 해설이나, 별자리 자체의 나열에 그치고 마는 다른 별자리 책들과는 다르게 대폭발로 시작한 우주의 탄생에서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의 종말까지 세상 만물의 운명, 별들의 일생과 지구와 달의 기원, 일식과 월식이나 유성우 같은 천문 현상, 외계 생물의 존재 가능성 같은 천문학적 주제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졸업과 입학 선물로 적합한 책으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소년시절 △수학귀신 △미쳐야 미친다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소년의 눈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