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서민들의 가계부담 가중

초강력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자리는 논이고 밭이고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폐허를 방불케 한다. 잦은 비로 작황이 나빠 흉작을 면하기 어려웠던 터에 태풍까지 덮친 과채류 등 농산물 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김장철에 본격 출하되는 무 배추 고추 등이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봐 주부들은 벌써부터 올 겨울 김장 걱정을 하고 있다. 고추 참깨 같은 밭작물은 유난히 잦았던 비로 날씨가 나빠 병충해와 습해로 농사를 망쳤는데 태풍이 몰아쳐 아예 수확할 게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김장철에 출하하기 위해 파종한 무 배추밭은 태풍에 쓸려 내려갔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가는 사과 배 단감 등의 과수원에는 떨어진 과일이 수북히 쌓여 있다. 낙과 피해는 아무 것도 아니다. 과일나무 자체가 태풍에 못 이겨 쓰러지거나 부러져 못쓰게 됐다. 해마다 여름철에 피해는 있지만 이로 인해 올 수확량은 사상 최저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채류 값이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청초고추 10kg 특품 값은 태풍 이전의 2만75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껑충 뛰었고, 꽈리고추는 7500원이 오른 2만5500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과일류도 90% 이상 낙과율을 보임에 따라 사과 값은 15kg 한 상자에 3만6000원으로 전날보다 2250원이 올랐으며, 배는 2만7500원으로 7250원이 오른 값에 시세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과일 값은 낙과 과일이 출하하면 당분간 오름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낙과 출하가 주춤해지면 크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농업기술원은 태풍에 쓸려 내려간 김장 채소밭에는 생육기간이 빠른 품종을 골라 재파종을 서두르고, 고추밭에는 탄저병과 역병 등 병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적용약제를 동시 방제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떨어진 과일 중 상품가치가 없는 것은 땅 속에 묻어 병원균의 오염을 막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살균제를 뿌리도록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여겨온 농민들의 절망과 실의를 메울 길이 없어 보인다.
냉해와 태풍 피해로 벼농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채소는 물론 사과 배 단감농가 등 농가경제의 줄파산이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 값의 오름세도 걱정이지만 ‘농심’을 떠받칠 정책의 존재 여부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