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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여년 수절한 박세엽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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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고달펐어도
오늘날 가족들과 평온한 나날 꾸려…
“24세에 청상과부가 돼 많은 유혹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절개를 지키며 아들 하나만을 보고 살아 온 것이 복인양 지금은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19세의 나이에 시집와 24세 되던 해 결혼한지 6년만에 남편과 사별하고 청상과부가 된 올해 나이 72세의 朴세엽 할머니를 만나봤다.
해방이 되고 5년이 지난 1951년 19세의 어린 나이로 이웃마을 노씨(당시 26세) 성을 가진 집에 두째 며느리로 시집을 갔다.
1950년 6·25 사변이 난 이듬해에 중매로 결혼한 朴할머니는 피폐했던 시절 오로지 농사일만 해가며 살아왔다. 농사라 해야 시가에서 2㎞나 떨어진 산간오지 새로골(싸리골)에 있는 천수답 3마지기(약600평)가 전부였다.
초근 목피로 생활하던 시절이라 하루도 새색씨로서 쉴날도 없었던 朴할머니는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2㎞나 떨어진 와룡산 자락 천수답을 찾아 논밭을 일궜다. 지금은 그래도 차량이라도 다닐 수 있는 포장된 도로지만 그땐 겨우 나뭇짐이나 지고 다닐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오불꼬불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내린 것이다.
생활이 될리가 없었다.
때로는 남의 집 품팔이를 하면서 새살림 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결혼한지 4년만에 아들 하나를 얻어 금이야 옥이야 길러 오면서 나름대로 신혼의 재미를 느끼곤 했다.
비록 몸은 고달팠지만 귀엽게 자라는 아들을 보며 모든 시름과 한숨을 마음속으로 삭히면서 마음만은 부자같이 사는 동안 귀염둥이가 겨우 돌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남편 노씨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생력(기력)이 없어지더니 급기야 병석에 눕게돼 누은지 몇개월이 안돼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백약이 무효란 말을 이럴때 쓰는 것인가 보다.
핏덩이만 남겨놓고 떠난 남편이 야속했지만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할 상처를 안고 가는 길을 가야만 할 운명이었다.
청상과부가 된 朴할머니는 그래도 남편이 있을땐 이리저리 생활을 꾸려왔으나 겨우 식량밖엔 되지않는 땅만 바라볼 수 없었다.
외동 아들이 잘 자라 주었다. 朴할머니는 30세를 넘어서면서 진주시장 등에 보따리 장사를 시작, 닥치는 대로 장사를 했다. 소위 말하는 웃녘 장사였다.
이곳에 양계단지가 조성되면서 하루 달걀500여개를 이고 들고 서부경남 내륙지방을 오가며 때로는 폐계 장사도 했다. 폐계장사시 일화를 들려줬다.
경찰서에 연행 돼 상한 닭을 팔았다고 그 때 돈 10,000원을 벌금한 적도 있단다.
朴할머니가 나이 47세 되던 해 25세 된 아들을 이웃마을 李모씨(당시 22세) 처녀와 결혼을 시켜 지금 손자(25세)와 손녀둘을 보고 섬김을 받고 있다.
朴할머니는 배운것이 도둑질이라 50여년간 쌓은 솜씨로 6년전 산골짝에 있는 논에 조립식 집을 짓고 2대(代)가 함께 살면서 ‘새로골 할매집’이란 간판을 걸고 朴할머니가 손수 빚은 막걸리와 토종닭 백숙 등의 특미를 갖추고 등산객들과 인근 주민들을 맞고 있다.
미소는 짓지만 이마의 인생계급장과 투박한 손이 말하듯 50여년 간을 올곧게 수절해 온 朴할머니의 인생 역정인양 싶어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취재: 이동호 편집이사
4000news@naver.com
주방에서 닭을 장만하고 있는 朴할머니. 항상 얼굴엔 미소를 짓고 있다. 2004년 11월 24일 17시 26분 / 사회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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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