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통신원 이 양 순



귀 밑을 스쳐가는 바람이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맘때만 되면 향수에 젖은 목소리로 “엄마! 여기 목련꽃이 피었어요"하고 전화를 해 온다.
저 멀리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의 낭랑한 목소리다.
제가 살던 옛날 집 정원의 흐드러지게 핀 백목련을 보듯 고향의 그리운 이를 생각하며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가 측은함으로 바뀌어 내 감성을 사로잡는다.
고향에 있는 그리운 친구, 선후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유난스리 오고 가던 의리의 사나이들, 해병 전우회 모두를 못잊어 간절한 마음이 그리움으로 바뀐 탓이리다.
고향의 하늘과 푸른 바다, 흰 물결 가르면서 떠나는 고기잡이배, 행복한 날개짓으로 애교 부리며 내렸다가는 다시 솟구치는 갈매기떼, 한 폭의 풍경화같은 작은 섬들은 적당한 거리로 제자리에 놓여 있고, 수평선 저멀리 물안개 어리며 일곱빛깔 무지개를 그려 보이는 곳, 넓은 대지는 아니지만 푸른 들판과 아담한 산들이 잘 정돈되어 살기좋고 아름다운 삼천포다.
아들의 긴 한숨같은 소리 들려오면 엄마의 가슴은 잠시나마 찐하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못한 부모의 마음은 안타까울뿐이다.
삼십을 넘어 얼마안가 불혹의 나이로 접어 드는데 고향 그리는 마음 한 조각, 항상 고향에서 삶을 영위했으면 하는 마음이 맴돌아 창공을 향해 메아리치며 흘러흘러 안스럽기만하다.
담 넘어 오밀조밀 얼굴 부비며 마주하고 있는 목련꽃이 건너편 담 사이 서 있는 산수유 노랑 저고리에 방긋이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모질게 춥던 지난 겨울 참고 견디며 따뜻한 봄을 만나 만발하게 피었구나! 예스럽게 바람은 장난치며 지나가고 금년에는 좋은 시절 만나 탐스럽게 피어있는 자태, 대견해 보인다.
인내의 길은 험하고 멀다. 그 열매는 값진 것이다. 목련꽃처럼 참고 견디며 사는 법, 그것이 자연이 주는 교훈이며, 섭리가 아닌가? 자기의 이익에 급급말고 배려하는 자세로 이어간다면 년년세세 아름다운 세상으로 거듭 발전되고 풍성한 자연의 이치대로 아름다운 세상, 목련꽃처럼 초롱초롱 사랑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