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공식출범과 새 질서, 새 평화


2002년 한해가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그리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른 복잡한 한 해였다면 2003년 새해는 새정부 공식출범으로 21세기 한국정치의 좌표와 진로를 새롭게 설정하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도 하기전에 북한핵 문제에 부딪힘으로써 미국과 북한간의 극한적인 대결을 중재, 한반도 위기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책무를 떠안게 되었으며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예정에 따른 경제불안 등 헤쳐 나가야 할 난제가 수두룩한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특히 월드컵과 여중생추모 촛불시위, 대선 등에서 표출된 영파워의 물결이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에 어떤 영향과 파급효과를 미칠지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새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정치분야가 될 공산이 크다. 2월 25일 노무현 당선자의 16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정부가 공식출범하게 되고, 그 시점을전후해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쇄신 움직임이 어떤 형태로든 일단 정리단계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 정치권의 진통은 사실상 '3김정치'의 종언 이후 새로운 정치질서의 탄생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있다. 지난 연말의 16대 대선결과는 단순히 민주당의 승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전체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성격이 강하다. 결국 기성 정치세력은 이런 국민여론의 뜻을 제대로 읽어 스스로 변화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을 때에야 새로운 정치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게 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의 첫번째 시험대는 아무래도 북한핵 문제를 다뤄나가는 대내외적 정책능력이 될 것이며, 재벌정책 등 기존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큰 충격없이 손질해 나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게 될 경우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이 갈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나머지 임기의 순항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갈수록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핵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우리에게지워진 가장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북한의 극단적인 행동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로인한 긴장 고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바로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중재노력이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비추어 노 정부는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해 미-북간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 새 정부는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이 노후보를 선택한 이유의 하나가 미국과의 평등한 관계 수립 약속에 있었던 만큼 이부분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도록 노력해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또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관련해 한국의 참여를 요청해 오고 이라크 전쟁에 참가할 것을 요구할 경우, 무엇이 국가의이익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계산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수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한다.
핵파문의 대형악재가 터져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강산 육로연결 작업이 계속되고 남북간 접촉과 대화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6.15선언을 나침반으로 삼아 화해협력을 증진하는 쪽으로 흔들림없이 진로를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이 경제협력사업과 이산가족 상봉,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전과 북핵 문제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연간 7%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장위주의정책을 구사할 경우 자칫 물가 상승과 경제 각 분야 구조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는 경제전문가들이 5%대 초반으로 분석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내년의 성장 목표로 설정, 내실화를 다지며 안정성장에 주력해줄 것을주문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금리정책을 비롯한 모든 직간접적인 경제정책은 당분간 부실가계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내수진작책은 상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
이밖에 현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의 반발속에 국회 계류중인 주5일 근무제와 공무원 노동3권 보장 관련법 개정등이 새정부가 새해에 풀어야할 과제다. 새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는 공무원 노조측과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 주목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회생 대책 역시 처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대중정부가 교육장관을 여섯차례나 바꾸면서까지 고심했던 공교육 내실화를 새 정부는 꼭 이루어야 할 것이다.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와 배출권 거래제, 4대강 오염총량 관리제 시행 등 대기와 수질관리를 위한 정책과제 외에도 새만금간척사업 등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개발사업에 대한 재검토 작업도 있어야할 것이다.
양 해인 癸未年 새해에는 지구상 전운과 한반도 위기가 사라져 온누리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