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사용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표시토록 한 ‘사용상의 주의사항' 내용이 제품포장의 내면에 표기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사용상의 주의사항이 별지로 첨부돼 있지 않고 포장을 모두 뜯어 펼쳐야만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소비자들의 알 권리인 의약품 안전정보가 꼭꼭 숨겨져 있는 것.
이같은 의약품 제조 형태는 지난해 PPA 감기약 파동 이후 일반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국민들을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부장용에 내몰고 있다.
의약품의 ‘사용상의 주의사항'은 그 내용이 많아 제품포장에 모두 표시할 수 없어 별지로 첨부돼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사용상의 주의문구와 관련 2건의 민원이 접수돼 이를 본청에 업무질의한 바 있다. K·J 두 제약사의 일반 감기약의 사용상의 주의사항 내용이 포장지 내면에 표기돼 있어 약사법규 위반으로 행정처분해야 하는지 물은 것.
약사법 제53조에 따르면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기재해야 하는 약사법 제50조제1항각호의 기재사항은 다른 문자·기사·도화 또는 도안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해야 한다.
약사법시행규칙 제71조제2항제3호에서도 용법·용량 기타 사용 또는 취급상에 필요한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동 사항을 기재할 수 없는 용기나 포장에는 당해 기재사항이 첨부문서에 기재된 때에 한해 ‘용법·용량-첨부문서참조' 및 ‘주의-부작용'이라는 문자로 갈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두 지방청의 질의에 대해 ‘의약품 표시기재 사항 중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 일부를 제품 외부포장의 안쪽면(내면)에 기재·판매(첨부문서 없음)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제품 외부포장에 기재하는 다른 문자나 도화·도안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동 사항을 기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어 ‘약사법 제52조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71조제2항제3호 규정 등의 입법 취지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알권리 등 측면에서 의약품제조업소가 부자재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외부 포장의 안쪽면에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기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약사법 제53조 규정 위반으로 당해품목 판매업무정지 15일로 행정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유권 해석을 지난해 12월 3일 해당 지방 식약청을 포함한 6개 지방 식약청에 통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사용상의 주의문구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기는 처음 이다"며 “다른 품목에도 이 같은 제품이 더 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올해 약사감시 때 감시사항에 포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제품들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면서 “약사법을 100% 어긴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행정조치가 타당하다고 유권해석 했다"고 밝히고 제약사들이 생산자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까지 의약품 표시기재와 관련 행정조치를 받은 사례로는 제조번호, 사용기한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다.
식약청의 유권해석과 관련 해당제약사들은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관련 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포장지를 뜯어보면 별 문제될 게 없다"며 “현실적으로 볼 때 일반약을 복용하면서 사용상의 주의 문구를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사법의 관련 조항은 포장지 내면에 표시하면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어떤 제품들은 별지로 돼 있어도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알아보기조차 힘들다"고 관련 규정의 불명확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의약분업 이후 소포장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재비 등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부자재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이 같이 표기했었다"며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표기하라는 애매한 약사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행정처분이 예정된 두 제약사는 향후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 사용상의 주의문구를 별지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협회 이인숙 기획정보실장은 “식약청과 제약사들간에 약사법 해석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는 제조업자가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복용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의모임 문은숙 실장은 “사용상의 주의사항 문구는 소비자가 의약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라며 “식품의약품전문위원회를 통해 조사 활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 박용성 책임연구원은 “각 제품들의 표시기준에 대해 연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접하게 됐다"며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볼 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사용상의 주의사항' 표기에 대한 유권해석은 의약품 사용시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