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 꼼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납품업체만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할인행사 기간에는 조금만 내리는 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해 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매수수료를 내리라고 유통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와 롯데·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GS·CJO·현대·롯데·농수산홈쇼핑 등 TV 홈쇼핑 5개사의 판매수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통업체들은 작년 10월 이후 2272개 납품업체에 약 358억 원어치(연간 환산 기준) 수수료를 인하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소위 '숫자 맞추기 식 인하'가 만연했다. 대형마트는 총 900개 업체의 수수료를 깎아줬는데, 이 가운데 연간 거래액이 10억 원 미만에 불과한 업체 수가 무려 850개(94%)에 달했다.
수수료 인하 업체 가운데 연간 최대 거래금액이 52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일부러 거래액이 적은 업체만 골라 인하해왔다는 얘기다.
백화점 3사는 1054개 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했고, 연간 거래액이 10억 원 미만에 불과한 업체 수는 907개(86%)였다.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백화점 수수료 인하 대상업체 중 단 1개의 매장만 가진 업체가 443개에 달했다"고 말했다.
상시 할인행사가 많으면서도 정상가 판매 상품에 한해서만 수수료를 인하하고, 할인행사 때는 수수료를 아예 깎아주지 않거나 애초 합의한 폭보다 적게 내리는 예도 있었다. 공정위는 "정상가 판매 기간이 일 년에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수료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는 납품업체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업체 대부분이 자료 제출에 늑장을 부리거나 불성실한 내용을 담아 눈총을 받았다.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은 할인판매나 PB 매입액을 관련 매출액에 포함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중소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판매수수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판촉비나 인테리어비 전가 등 풍선효과를 방지하고자 감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