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제 폐지하는‘양곡관리법개정안’과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쌀소득보전직불법’의
본회의 처리방침을 즉각 중단하라.

오늘 우리는 농업계와 민주노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곡수매제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민족의 명운이 걸린 쌀 협상의 과정에서, 자식같은 벼를 갈아엎고 차디찬 도심 한복판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였던 농민의 목소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쌀개방 이행계획서를 WTO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새해 첫 임시국회에서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쌀소득보전직불법의 국회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오늘의 이 사태를 접한 350만 농민은 분노하고 있으며, 농정개악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고자 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양당이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은 향후 우리 농정에 중차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으로서 현재 농민들은 물론이고 농민단체, 농협중앙회, 전직 농림부장관 등 농업계가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고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다.
우리 농업에 있어 쌀의 중요성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추곡수매제도의 일방적 폐지와 미봉적인 대책은 쌀은 물론이고 농업전반을 허물어 뜨릴수도 있는 농정개악임이 분명하다.
첫째, 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의 과정은 농업계, 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의 과정 없이 졸속적으로 처리되었다. 정부는 WTO 규정상 추곡수매에 들어가는 예산을 매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2007년까지 3년 동안은 현재 수준을 감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농업계와 민주노동당은 양정제도를 개편하기 까지는 아직 3년의 기간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서 농업계와의 원만한 합의속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누차 촉구해 왔으며, 최소한 4월 국회에서 국회 비준안이 처리될 때까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양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법안을 통과시키려 본회의에까지 상정한 것이다.
둘째, 쌀소득보전직불법은 소득보전기능에 있어 추곡수매제를 대체할 만한 수준이 전혀 되지 못한 법안이다. 정부는 쌀소득보전직불법에 따라 2007년까지 향후 3년간 쌀 한가마(80㎏)에 17만원을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격은 2004년 쌀생산비인 182,280원에 턱없이 부족하며, 쌀농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대책이다. 또한 쌀소득보전직불법에 따른 향후 정부 예산 소요액을 추정한 결과, 우리 농업을 옥죄어 오는 WTO도 허용하고 있는 예산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찌 이를 미봉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말로만 ‘소득보전’을 외치는 생색내기식 대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셋째,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목표가격을 정함에 있어 국회동의제를 유명무실화하고자 하는 ‘독소조항’까지 신설하였고, 이것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정부가 당초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국회동의제 자체가 아예 없었다. 쌀값 하락의 장애물인 국회동의제를 어떻게든 없애려 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심사과정에서 국회동의제를 없애는 것이 어려워지자 국회의 동의과정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신설하려 하였고, 정부측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되어 향후 목표가격의 변경시 ‘쌀 생산비’가 아닌 ‘쌀 수확기 가격변동’을 감안하여 결정토록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는 현재 쌀 한가마에 17만원인 목표가격을 하락시키겠다는 정부측의 의도이며,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분명한 제약요인을 두겠다는 정부측의 포석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우리는 양곡관리법개정법률안과 쌀소득보전직불법의 본회의 통과를 즉각 중단할 것을 양당에 거듭 촉구한다.
만일 두 법안이 기어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350만 농민은 소득보장은 커녕 영농의 희망조차 잃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국회로 향하고 결국 양당에 귀결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양당은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회의 처리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식량자급의 적정목표 수립에 근거하여 양정제도 개편의 문제를 재논의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5년 3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