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문학의 여름이다. 쟁쟁한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거장들의 신작도 잇따라 참전하고 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연인’으로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35년 집필한 시나리오 ‘히로시마 내 사랑'을 349번째 시리즈로 출간했다. 이 시나리오는 1958년 알랭 레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추앙받게 됐다.뒤라스는 레네 감독의 제안으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하는 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낭독하는 듯한 어조, 독특한 문장의 리듬감, 복잡한 내면 서술 등 뒤라스만의 문체가 드러나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평화에 관한 영화를 촬영하러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성이 우연히 일본인 건축가를 만나 짧은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시나리오지만, 영화에서 생략된 대사와 지문이 포함되면서 소설적 요소를 비롯한 여러 장르가 혼합된 독창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르 클레지오도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첫 소설집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문학동네)을 출간했다. 11년 만에 묶은 소설집에 그는 억새처럼 유연하지만 강인한 여성의 삶부터 땅속 거미, 배 속 태아 이야기까지 강렬한 단편 9편을 담았다. 표제작 '발 이야기'에서 발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실존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린 의인화된 그녀 자신이다. 삶에 모욕당하고 사랑에도 버림받는 순간, 발은 두 다리를 지탱시키며 냉혹한 삶에 저항한다. 작가는 서울의 지하철 2호선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 '행복'에서 지하철 순환선 안에서 행복의 존재를 믿는 비람이라는 소년을 찾는 모험을 상상해낸다. 파리 교외, 아프리카 대륙, 모리셔스, 서울과 런던, 파리를 잇는 지하철 등을 배경으로 여성, 난민, 전쟁, 환경 파괴 등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해리 포터 탄생 20주년을 맞은 스타 작가 조앤 롤링의 ‘커리어 오브 이블'(문학수첩)도 번역 출간됐다.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추리 소설 ‘쿠쿠스 콜링'과 ‘실크웜'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소설이다. 매력적인 사설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와 그의 파트너 로빈 엘라코트의 맹활약을 다룬 이 시리즈도 세계에서 400만부 넘게 팔리며 성공을 거뒀다.
엘라코트가 어느 날 수수께끼의 인물에게 여자의 잘린 다리가 담긴 상자를 배달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스트라이크에게 상자를 보낸 이가 누굴지 엘라코트는 과거의 인물 중 네 명의 용의자를 추려낸다. 경찰이 이 중 한 명을 범인으로 확신하자, 두 사람은 나머지 세 용의자를 오히려 의심하며 희대의 연쇄살인마의 살인 행각을 쫓는다. 탐정 사무소가 있는 런던의 거리, 에든버러와 로열마일, 요크셔의 매셤 등을 소설의 무대로 삼은 덕분에 탐정들과 함께 영국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