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1기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및 사용후 핵연료 관리부담금 산정기준에 관한 규정을 개정·고시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변경 고시된 관리비용에 따르면 원전 해체비용 충당금은 호기당 6033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2003년 말 기준으로 2009년 고시된 3251억 원에 비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최대 3조 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해체하는 데도 건설비의 5분의 1이 소요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6일 “예비비 항목을 신설하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원전 해체 폐기물 처분비용을 재산정한 결과 해체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며 "해외 원전 해체사례 등도 참고해 산정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원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 35년이 지났지만 아직 단 한 기도 원전을 해체해본 경험이 없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돼 지난해 11월 가동을 중지했으며 재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는 안전성 문제와 관련돼 정부의 갈등관리사안 중 한 가지다.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원전 해체 비용 충당금은 누가 부담하는 걸까.
원전은 국제적으로 발생자 부담 원칙이 통용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원전 건설·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체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수천억 원의 재원을 한꺼번에 마련해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회계처리상으로는 한수원의 장부에 부채로 기재된다. 원전 해체 비용이 직접적으로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번 개정 고시를 통해 원전 해체 비용 외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도 배가량 높게 책정됐다.
중·저준위 폐기물이란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제외한 각종 필터류, 이온수지, 액체, 도구류 등을 말한다.
가연성 폐기물 처리비용은 2003년(200ℓ당 408만 원)보다 배 이상 오른 200ℓ당 899만 원으로 고시됐다. 폐필터는 200ℓ당 456만 원에서 848만 원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