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서 공개않고 뭘 조사하나”


국회 ‘쌀 관세화 유예협상 실태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12일 첫 전체회의에서 마련한 조사 계획서에 대해 ‘조사를 가로막는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여야가 논란을 벌였던 외교문건을 비롯한 비밀문서 열람 제한 때문이다.
특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국회의원들만 국회에 설치된 특정 장소에서 열람하되 필요할 경우 교섭단체별로 ‘비밀취급 인가증’을 가진 전문가 1명만을 배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밀문서에 대해 원칙적으로 복사나 필사를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전문가를 배석할 수 없게 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 의원은 논평을 통해 “국정조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 ‘국회비준을 처리하기 위한 면피용’이 될 부실계획이 채택됐다”며 비난했다.
강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는 대외통상이라는 전문분야를 다뤄야 한다”며 “영문으로 되어있는 합의문을 통해 협상내용을 자세히 따져야 하는데도 전문가를 배석할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 쪽 관계자는 “전문가도 해석하기 어려운 합의문을 비전문가인 의원들과 전문가 2명만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아예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비교섭단체 전문가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특위에 참여하는 이방호(사천)·김영덕 의원(의령·함안·합천) 쪽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협정문이 약 1만쪽 분량인데다 원문을 보면 전문 용어들이 많아 전문가도 해석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전문가가 아닌 의원들은 조사는커녕 협정문 해석 자체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취급 인가증’을 가진 전문가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주위에 알아봤더니 인가증을 가진 전문가들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 쪽 관계자도 “실제 조사를 맡을 예비조사단이 문서를 볼 수 없게 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조사 대상에 접근할 수 없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세부 일정과 증인을 확정한 특위는 오는 26·27일 외교·농림·해양수산부 기관보고를 받은 뒤 다음달 13·14일 공개 청문회를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