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고향이 있다. 고향이란 내가 태어나고 자란곳이며 영혼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추억이 담긴 고향이기에 늘 고향을 사랑하고 아끼며 연민의 정에 사로 잡히곤 한다. 경남 고성의 학동마을은 삼천포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마을은 여느 반촌과 달리 왕조시대에 군왕과 나라에 충성하여 공을 세운 이들에게 내려진 봉토(封土)가 아닌 입향조(入鄕組)와 후손들의 의지로 개척한 반촌마을이다.
마을의 자연조건이 매우 척박한 곳이었으나 일만석 가까운 부호가 있었고 무엇보다 후손들의 교육을 염려하여 육영재로 건립하고 조선시대 순수 사립 서당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사(齋舍)를 지금껏 보존하고 있음이 자랑거리다. 이런 육영정신의 바탕위에서 정치, 경제, 법조, 교육, 언론 등의 분야에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으며 특히 서비 선생의 순의는 충절 선비의 표상이기도 하다. 너덜겅을 일구어 옥토와 마을을 만들었듯 모름지기 그 정신을 이어가야 했다. 향후 4회에 걸쳐 곳곳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을의 유래와 현황
서기 1600년대 후반에 전주 최씨 시조 문성공(文成公) 최아(崔阿)의 16세손이며 임란창의 공신 의민공 최균(義敏公 崔均)의 현손(玄孫) 형태(亨泰)께서 꿈에 하늘에서 학이 내려와 이곳에 알을 품고 있는 현몽을 해 날이 밝아 그 곳에 가보니 필연적으로 세세지장토(世世之庄土)를 누릴 수 있는 명지라 믿고 이곳 지명을 학동이라 지었다고 전해온다.
황무지였던 이곳에 정착하면서 높은곳에는 밭을 일구고 낮은 곳에는 논을 만들었다. 이리하여 남부(낙남정맥의 남쪽) 지방의 하동 금남면 한재(대치)마을과 함께 반촌마을로 알려져 있고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전국최대 전주 최씨 집성촌을 이루었다.
마을을 조성하면서 생긴돌과 흙으로 토담을 쌓은것이 잘 보존되어 지난 2006년 6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258호로 전국최고의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으로 선정되었다. 신작로가 생기기 전에는 마을 뒤 골짜기 고개(학동재)를 넘어 외지로 가고 오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돌소(乭沼)박 절벽 바위에 감히 최씨장(崔氏庄)이라 새길만큼 세거지(世居地)를 형성했다.
1900년대 초만해도 100여호 되는 큰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55호에 45세대 100여명의 주민이 하루하루를 즐겁고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누리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258호 고성학동마을 옛담장
학동마을 옛담장의 멋은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마을을 조성하면서 생긴 돌과 지천으로 널린 자연석 등을 활용 성을 쌓듯 켜켜히 쌓았다. 지점돌(땅을 파고 놓은 초석)을 놓고 적당한 높이로 강담(돌맹이로만 쌓은 담)을 쌓고 개석(蓋石)으로 마무리한 점이 다른곳에서 볼 수 없는 특색이다.
토담은 아무리 빨리 쌓고 싶어도 빨리 쌓을 수 없다. 일기가 좋은 날에도 하루에 3~5단 이상 쌓을 수 없다. 사생활의 보호와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담장을 비교적 높게 쌓았다.
담장에는 수챗구멍(하수구) 외에도 사람 키높이 정도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는 어려웠던 지난 시절 배고프고 굶주린 행인들에게 먹을 거리를 주기 위해 만든 구휼의 구멍이었음을 알아 둘 필요가 있음이다.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178호 최영덕씨 고가(古家)
남부지역 사대부의 저택으로 안채, 안사랑채, 곡간채, 사랑채가 안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사랑채 앞쪽으로 솟을 대문 문간채가 있는 형태이다.
제일 큰 건물인 사랑채는 정면7칸, 측면4칸의 전통목조 건물이고 건물의 중앙에 학림헌(鶴林軒)이란 현판이 있다.
조선시대 학동마을이 통영 통제사의 행정관리 지역으로 당시 관청과 먼 거리로 지방의 토호(土豪)세력에게 행정권을 부여하여 향소(鄕所, 지금의 행정 출장소 기능)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다.
향소는 경북 안동지방이 유명하다. 실제 향소의 자료(학림헌 건물과 현판)가 보존되어 오는 곳도 드물다. 학림헌 대청마루 위 천정양식과 축담 돌에 조각하여 만든 세면기와 소피를 보는 돌거북이 이채롭다. 안대문으로 들어서면 높은 토담 내외벽이 있고 안마담에서 색문(塞門)을 지나면 고가의 후원과 우물이 있는데 우물의 품격이 궁궐을 포함한 전국 최고의 현존 우물이라 자랑할 만 하다.
또 500년이나 된 큰 동백나무와 마주 서 있는 모과나무는 400여년이나 된다. 묘한것은 모과나무 줄기와 곁가지를 접을 시켜 가락지 모양의 형태가 눈길을 끌고 선인들의 지혜를 직감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취재: 이동호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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