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내가 잘못된 모양이다’ 하고 뒤를 돌아다 보니까 다른 선수들은 까맣게 뒤에서 헤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탈한 심정으로 1위로 들어온 강선생에게 주어진 것은 금메달이 아니고 실격패였다. 시합중에 뒤를 돌아보면 실격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선생의 가슴은 상쾌하고 기뻤다. 정상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의 시합이었다고는 하나 고향 짠물의 맛을 확연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인데 이것이 구 삼천포가 한국 수영의 메카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당시의 수영종목은 배고픈 종목이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어다녀도 배가 고팠던 시절, 물살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허기지게 하는지 강선생의 벗이었던 이정기씨의 말을 들어보자.

“박재삼이하고 나하고 강윤조 셋이서 안암골 산꼭대기에서 같이 자취를 했었지요. 우리가 돈이 있어 자취방을 구한 것도 아니고, 재삼이 워낙 창작력이 뛰어 나니까 그걸 높이 산 한 시인이 추천해서 얻어준 방입니다.

책보따리 달랑들고 서울에 올라온 우리가 돈이 어딨습니까. 같이 살게 된 거에요.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에 다행히 고려대학교에 다니면서도 현대문학에 근무하던 재삼이가 봉지쌀을 사오면 그것으로 밥을 해먹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윤조 그 친구 덩치가 오죽 큽니까 하루 종일 물에서 놀던 윤조가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그런데 내색 하나 안 합니다.

밥을 해 먹고 남은 누룽지라도 제 몫으로 달라고 할 법한데 그런 법도 없어요 그 친구는 배고픔을 이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지요. 그리고 천성이 얼마나 착합니까. 내색이라고는 않는 친구지요. 그렇게 고픈 배를 움켜쥐고는 수영장에서 살았어요. 배움에의 열정입니다.”

배고픔으로 배운 수영, 서울로 가지 않고 고향 앞 바다에서 자맥질을 했더라면 먹거리라도 건져 올렸을 것인데 배움에의 열정이 강선생으로 하여금 삼천포 수영의 가능성을 엿보게 만들고, 확신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대학 3년을 중퇴한 강선생은 모교인 삼천포중학교의 체육교사로 재직하게 되면서 수영의 등식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 하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 지역 수영에 관련된 자료들을 소장하고 계시거나 알고계신분 들은 본사 편집부로 제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봉화신문사 편집부) ☎832-6200

-2000년 4월 3일 ~ 4월 9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