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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패 반곱슬의 유럽여행기 - 마지막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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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여행기를 마치며
이제 여행을 다녀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여행기를 써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유럽이라는 공간의 기억 속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여행기간 동안 꼼꼼히 적어왔던 일기를 들추어내며 되새김질하는 것은 그리 행복하지 만도 않았다. 그것은 일상속으로 다시 적응하는 시간을 늦추었고, 그럴수록 떠나고 싶은 욕망은 강해져만 갔다. 그리고 지금 당장 그렇게 못하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괴로워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은 7시간이라는 시차를 맞추기 위해 시계바늘을 돌려놓듯이, 쉽게 내 몸과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어 꽤나 고생했었다. 유럽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그리움에 빠져 있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서 내 방안에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항상 네 다섯명이서 함께 왁자지껄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 그리워 잠 못 들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여행병에 시달리며 글을 써온 두달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를 읽어보았다. 그 옹졸함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는데, 여행을 했던 한 달을 다시 돌아보면 나의 그 옹졸함이 여실히 드러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런 내 자신을 깨달았다는 것은 여행중에 가장 큰 성과인 듯 싶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서 길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부딪혀 가며 스스로 해 냈던 과정들은 분명 내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풍물을 배우면서 언젠가는 유럽에서 풍물공연을 하며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렇게 실현시켰다는 것에 스스로 자긍심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꿈을 가지면 그것을 단지 꿈으로만 치부해버리고 실현시키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쩌면 그 전의 나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도전을 통해 꿈을 실현시켜본 한번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어떤 꿈을 가지더라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세상에는 이십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지만, 그 수만큼 다양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젊음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안정을 바라며, 지금까지 앞에서 걸어왔던 길만 걸으려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사회의 낙오자처럼 여겨진다. 세상이 불안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한껏 젊음을 발산해야하는 때에도,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고민하면서, 돈이 되지 않는 것에는 좀처럼 실천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음이라면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여행을 다녀온 나와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를 비교해 보면 분명 달라져 있다. 두달 사이에 부쩍 커버린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어느 것이든 하려고 하는 욕심이 생겼고, 그럴수록 풍부해져 가는 내 삶에 행복하기도 하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꿈꿀 때가 온 것 같다. 그것이 여행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 만큼 도전하고 내가 해야 할 일도 많으니까. 그리고 그 도전이 계속되는 한 내 젊음도 그치지 않으리라 믿는다.
막상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고 나니, 습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다. 그 동안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많은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신문에 게재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게 큰 경험이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사천신문관계자 여러분들과 지금까지 미숙한 내 글을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2003년 08월 21일 11시 22분 / 종합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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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