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촬영은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다. 새벽 일찍 절벽이나 숲 속 등 새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장텐트를 치고 하루고 이틀이고, 무작정 새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김밥과 과일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책과 신문의 모든 활자를 훑고 나서야 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새와의 만남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자기와의 싸움인 셈이다.
신문기자이며 조류전문사진가인 백한기씨가 새와 함께 보낸 20년을 집대성한 책 ‘새를 찾아 떠나는 길’을 펴냈다.
20년 간 새 사진을 찍으며 가족처럼 새를 품었던 저자의 기록이다. 사계절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텃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 새, 태풍과 기후 변화로 길을 잃은 새 등을 분류하여 다루었다. 한국의 천연기념물 조류와 멸종위기, 보호야생조류도 수록했다.
저자는 기자 초년시절인 1989년 우연히 집 베란다에 날아든 참새를 찍은 것이 새들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다. 그 때부터 새만 보면 무조건 찍었다. 새와 관련된 책자를 뒤적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새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책은 어린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하여 탐조에 초점을 맞췄다. 책의 첫 페이지에서 만나는 ‘34일간의 육아일기 딱새’편은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탐조 이야기를 꼽으라면 ‘송골매의 육아일기’다. 지난해 부산 다대포에 자리한 무인도 나무섬에서 103일 동안 지켜본 송골매의 부화에서 이소까지의 전 육아과정을 앵글에 담았다. 고생도 많았지만 그만큼 가슴 뛰고 보람도 있었단다.
이렇 듯 저자는 딱새 송골매 직박구리 등 우리나라 텃새를 비롯해, 뻐꾸기 물총새 파랑새 등 여름철새, 가창오리 쇠부엉이 갈까마귀 등 겨울철새, 꼬까참새 넓적부리도요 물수리 등 나그네새, 큰군함조 녹색비둘기 등 길잃은 새 등 100여종을 사진과 알기 쉬운 글로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텃새부터 겨울철새, 길 잃은 새 등 다양한 새들의 모습을 이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고 생각하니 뿌듯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희귀조들을 다 싣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다”며 “그래도 변함없이 카메라 장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한 새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