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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하는 돌’삶과 죽음 시간의 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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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이사장 김형수)은 새 봄을 시작하는 전시로 오는 12일부터 5월15일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태균씨의 ‘침묵하는 돌’ 연작을 초대했다.
197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권 작가는 한국의 급변하는 시기였던 1980년대, 일반인들의 삶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컬러와 흑백 필름으로 꾸준히 기록해 왔다. 특히 권태균의 컬러라고 부를 만큼 독특한 색감과 빛의 조화로 이루어진 컬러사진은 당대의 생활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침묵하는 돌’ 연작은 1980년대 중반, 우연히 전남 고흥 반도에서 고인돌 군락을 발견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진가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방방곡곡 찾아 다니며 기록한 작업들이다. 이번 전시는 그 중에서 선별한 흑백과 컬러 사진, 50여 점으로 구성됐다.
고인돌은 엄청난 물리력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부족사회에서 막대한 경제력과 권력을 가진 지배계급의 무덤으로 축조된 것이었다. 돌은 그 견고함으로 인해 인간이 가지지 못한 불멸성으로 인식됐으며, 바위는 영험함과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게 됐다. 거대한 돌로 축조된 고인돌은 죽은 자의 영혼이 안식하는 곳이자, 죽은 자의 혼령이 주는 나쁜 영향으로부터 산 자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권태균은 이 연작을 통해 고인돌 군락의 과거 규모나 위용을 우선적으로 드러낼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주검을 안치한 자리였지만 지금은 삶의 소소한 모습들과 공존하고 있는 풍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관계로서의 풍경’이라는 관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에서 고인돌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거나, 그 자리에서 마치 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이나 지역 경계의 표식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에 의해 독특한 형태로 포착된 일부 고인돌은 언뜻 다른 사물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주변 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내용상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되는 이 사진들은 차분하고 풍부한 흑백의 계조와 세부 표현, 색감 대비에 힘입어 그 의미와 상징성이 더욱 확장되기도 한다.
‘침묵하는 돌’ 연작은 고인돌이 처한 오늘의 상황을 비판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 과거와 지금의 모습, 죽음과 삶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중첩되거나 공존하는 자리로 바라보는 것이 고인돌 풍경의 현재적 의미로 해석된다.
권 작가의 작업에서 오늘,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는 사진의 기록적 가치와 축적된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약간의 상상력이 발휘된다면 수천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왔던, 영험한 기운을 간직한 ‘거대한 돌’이 전하는 ‘무언의 이야기’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2011년 03월 10일 11시 43분 / 문화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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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