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균씨는 그날을 기억하며 이렇게 술회한다. “합숙훈련 들어갈 때, 우리 선수들은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고 가야 했어요. 나도 내가 먹을 쌀 포대를 어깨에 묶어지고 삼천포 농협중앙회 뜰 앞에서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전송을 받으며 진해로 떠났습니다. 고향 떠나면 모두 고생이지만 그 시절에 더욱 그랬어요. 중학교 3학년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보름씩이나 객지에 나가 있는 것도 두려웠고요”

“진해여고에 풀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물을 공급하는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청소 한번 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기 때문에, 수영장 벽면에 파래가 퍼렇게 끼어 있고, 먼지가 날아와서 물이 뿌옇습디다. 바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죠. 하기야 수영장이 아니라 굴 껍데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바닷가에서 수영만 한 내 입장으로는 이것도 감지덕지해야 하지만, 5레인 짜리 25m 풀장이 경남 수영 선수단 합숙훈련장이었으니 오죽 했겠습니까? 간식이 간간이 나왔어요. 아침 점심으로는 달걀이 하나씩 나왔고요. 왕성한 선수들이 하루종일 물을 헤치고 다니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겠어요. 고생이었죠. 그 달걀이라는 게 어떤경우에는 더운 여름철이다 보니 부화가 된 게 있어요. 날계란을 주는데 달걀 껍질에 구멍을 내고 쭉 빨아 당기는데 이게 안 나와요. 구멍을 좀 더 크게 뚫고 빨아 당기니까 병아리 주둥이가 쑥 나오지 뭡니까. 1960년대나 가능했던 이야깁니다.”

“합숙 끝나는 날, 강윤조 선생님이 올라오신 겁니다. 눈물이 핑 돌아요. 부모님 만난 것이나 같았죠. 첫마디가 그랬어요. ‘뭐이 묵고 싶네?’ 배고픈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아시는 선생님의 그 말씀에 나는 또 한 번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건 배고픈 운동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마음이었어요.”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엘 갔어요. 지금처럼 잠실에 간 것이 아니라 그때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전국 체전이 벌어졌어요. 수영장에 들어가니까 입이 딱 벌어지대요. 수영장 물이 이렇게 맑을 수 있는가? 바닥에 깔아놓은 타일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물, 이런 곳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겁은 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계셨으니까요. 서울에서 수영에 관계하는 사람들, 우리 선생님 모르는 사람 하나도 없었어요. 대단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은 사라진 거죠. 당당히 싸웠습니다.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땄어요.” 이렇게 수영명문의 서광은 시작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2000년 4월 17일 ~ 4월 23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