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부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럽게도 1976년에 학교법인이 백진학원으로 바뀌면서 교육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경영주가 학교 경영에 참여하게 되고, 교육 철학이 다른 학교장이 부임하면서 수영부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렇게도 숙원하던 비수기 합숙훈련을 한달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전국 제패로 연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지원은 계속되었고 지역수영은 새로운 기록 행진을 한다.

1978년 제59회 전국체전에서 마침내 한국신기록이 작성되었다. 이종학 선수가 평영 200m에서 일을 냄과 함께 이에 뒤질세라 최학수 선수가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강윤조 선생의 바람은 거의 충족되었다. 경남도에서의 우승, 전국대회 금메달, 전국대회 우승, 한국신기록 작성.

그러나 아직도 바람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바람은 국가대표 선수배출이었다. 기다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1979년 3월, 이종학 선수와 당시 재학중이었던 최학수군이 국가 대표에 선발이 되고, 역시 3학년에 재학중인 고경한 선수가 수구에서 상비군으로 발탁되었다. 국가대표선수를 배출한 학교 일뿐만 아니라 현역국가대표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몇안되는 고등학교로 우뚝선 것이다.

참고로 이종학군은 영재발굴을 위하여 뛰다가 발견한 고성군 하일중학교를 졸업한 선수지만 다른 선수들은 모두 삼천포중학교를 거치면서 강윤조선생의 손으로 다듬은 선수들이었다. 이종학 선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정상적인 훈련을 받은 천부적인 선수였던 것도 밝혀둔다.

삼천포 수영의 기록갱신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1979년 8월 홍콩에서 개최된 아시아 학생 수영대회에 참가한 최학수군이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일등으로 들어와 버렸다. 국제대회에서의 금메달. 풀이 나지 않는 곳에서 곡식을 거둘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의 수영은 풀장 하나 없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엄청난 수확을 일궈낸 것이다. (계속)

-2000년 5월 29일 ~ 6월 4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