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코치 역시 상당히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말한다. “86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코치로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서 놓아 주지 않는 겁니다. 아시안 게임 대표팀은 게임이 끝나면 곧바로 해체가 되는 것이고 경상남도 대표팀은 내 밥줄이니까, 경남도의 결정을 따라야죠. 그러는 중에 강윤조선생님의 부름이 있었습니다.

‘부영이 네가 내려와야 지역 수영이 살겠다. 내려와라.’ 그러는 겁니다. 국가가 불러도 가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부르는데 제가 감히 어디라고 안 내려 옵니까.” 지역수영의 바톤은 이부영씨에게 넘어갔다. 쇠퇴하여 가는 지역수영의 영광을 되살리는 무거운 짐이 이코치의 어깨에 올려진 것이다.

1년하고도 9개월동안 이부영 코치는 무보수로 수영부를 이끌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선생께서 먹고 살 것은어떻게 할 것인가 물으시면, “이 학교 저학교에서 조금씩 보태줍니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고 둘러대기도 했다. 그 선생의 그 제자였던 것이다.

86년 10월, 지역의 수영전담코치직을 부여 받기까지 그 선생에 그 제자라는 말과 같이 수영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가르쳤다. 이후에도 여러곳에서 직장에 대한 권유가 있었지만 이부영코치는 사양하고, 선생께서 가르친 후배들을 추천해 준 것도 여럿있었다.

내가 자란 내고장에서 나의 후배들을 지도하는 이상의 기쁨은 없었기 때문이다. 유혹에 넘어갈 뻔하기도 했다. 기능직 9급의 자리, 산적해 있는 난제 쉬운자리가 아니었다. 선생이 남긴자리. 영광의 자리지만 척박한 것은 예나 다름이 없었다.

학교에서 조금씩 나오는 예산으로 수영부를 운영하는 것도 어렵지만 다른 시도의 선수들과 대적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런 이부영씨에게 마산 수영장 책임자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날아왔다. 아내도 원했고, 자신도 원했다.

그러나 이 한마디가 이부영 코치의 발목을 잡았다. “돈이가? 제자가?” 손형권 선생의 뒤를 이어 삼천포중학교 수영부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박창세 선생이 던진 한마디는 이부영 코치를 지금까지 지역에 머무르게 하고 만 것이다. (계속)

-2000년 6월 19일 ~ 6월 25일자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