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선생은 왜 폭탄을 수입하고자 하였는가. 선생의 다음 말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재작년 3월(1919년 3·1운동) 이래로 조선 독립운동을 입과 붓으로 구할대로 구하고 원할대로 원하였으나 피로써 구한 일은 없음으로 무기를 사용하여 피로써 구하고자 하였는데, 우리는 군함도 없고 대포도 없으므로 폭탄·육혈포를 구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즉, 3·1운동 과정에서 독립선언서를 작성하여 민족독립을 선언하기도 하고, 독립청원서를 작성하여 독립을 청원하기도 하고, 또 독립만세를 고창하여 독립을 갈구하기도 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는 무기를 사용하여 피로써 구한 일이 없기 때문으로 보았다. 무기를 이용한 혈전(血戰), 즉 의열투쟁을 벌이지 못한 때문으로 인식한 것이다.
의열투쟁은 외형상 투탄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테러와 같다. 그러나 성격과 의의는 크게 다르다. 우선 의열투쟁은 정의에 입각하여 불의를 토벌한 것인데 비하여 테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정의에 입각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은 주관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의열투쟁의 정의는 보편성에 있는 것이다. 의열투쟁이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도, 반면에 테러가 인류의 비난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에 의열투쟁은 대상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데 비하여 테러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의열투쟁은 자신의 행동을 사전 또는 사후에 공개적으로 밝혀 동의를 구하는데 반하여 테러는 숨어서 행동하고 결과도 숨긴다. 1895년 일본의 정치 낭인들이 경복궁에 난입하여 명성황후 민씨를 시해하고 끝내 숨기고 있는 따위가 그것을 말한다. 한국독립운동의 의열투쟁인 경우, 어느 하나 숨긴 경우가 없었다. 1910년대의 의열투쟁을 대표한 대한광복회의 경우에는 밝히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을 처단한 이유와 투쟁자를 밝힌 [고시문]을 현장에 게시하고 떠났다. 이는 1920년대 김지섭 의거도, 1930년대 이봉창·윤봉길 의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의열투쟁은 인류의 공명을 얻고 그에 따른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의열투쟁은 역사 발전적 혁명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테러는 역사를 혼란과 함정에 빠뜨리고 후퇴시키는 것이다.
선생은 이미 3·1운동의 전개 과정 속에서 이러한 피의 투쟁, 즉 의열투쟁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그를 위해 만주로 망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선생의 행적을 보면, 그러한 생각은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
그것은 만주 길림으로 망명한 선생이 김원봉을 만나 서로 의기 투합하여 의열투쟁 단체로 의열단을 조직했기 때문이다. 김원봉은 3·1운동의 대중화 단계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 만세시위를 전개한 민중들의 혁명적 진출을 보고 크게 감동하였다. 그리하여 김원봉은 의열투쟁 단체를 조직하여 암살·파괴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국내 동포들의 독립정신을 환기시키고, 나아가 이를 통하여 민중혁명을 촉발함으로써 조국광복과 민족독립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이같은 구상 아래 김원봉은 1919년 11월 선생을 비롯하여 윤세주(尹世胄)·이성우(李成宇)·이종암(李鍾岩)·강세우(姜世宇)·한봉근(韓鳳根)·한봉인(韓鳳仁)·김상윤(金相潤)·신철휴(申喆休)·배동선(裵東宣)·서상락(徐相洛) 등의 동지들과 길림성(吉林省) 에서 의열단을 발족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