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서전’ 하면 남다른 사람들의 기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저 평범한 노인 21명이 함께 자서전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경상남도의 지원을 받아 진주민예총이 연 ‘어르신들을 위한 평범한 자서전 쓰기 교실’에 참여했던 노인들이 함께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삶, 그 기록’을 펴낸 것이다.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가치관의 변화로 세대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노인 소외현상이 전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실정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진주민예총 문학분과에서 제안해 ‘자서전 쓰기 교실’이 지난 9월 문을 열었다.
상락원에서 열린 특강을 통해 100여 명 이상이 특강을 들었고, 그 중 50여 명이 참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최종 이수자는 21명이었다.
일제강점기와 어지러운 해방정국, 그리고 6.25격변기를 살아온 60대 후반∼80대의 노인들이라 학교도 거의 못 다니고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경우도 많아 자서전 쓰기는 힘겹게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고 한 줄, 두 줄 써내려 가는 동안 자신감을 찾아갔고 모자라는 부분은 나중에 ‘구술-녹취’과정을 통해 보완했다.
이번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온 하아무 작가는 “어르신들이 어렵고 힘들었던 삶을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 아파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표현하고나자 후련해 했다”며 “멀리 떨어져 있거나 너무 바쁜 자식들이 잔소리나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까봐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노인들 자신의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였으며, 나아가 노인들의 경험과 철학을 통해 자식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앞선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한편 ‘자서전으로 본 우리 근·현대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자서전은 노인들 개개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으로서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와 해방, 보도연맹 사건과 6.25, 경제개발기 등 우리 근.현대사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도 많아 향토사 부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서전에 참여한 노인은 진주를 비롯한 사천, 산청 등 21명이며 강석길, 강성진, 권재도, 김광주, 김기홍, 김두한, 김연동, 김이곤, 김종원, 김진기, 남정수, 노관대, 박군자, 신성휴, 이화삼랑, 정갑선, 정을순, 최현구, 탁영래, 하남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