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영평가위원회가 4일 발표한 도내 11개 부실신협은 자본금을 완전히 잠식한 곳으로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신협이다.
이들 부실신협은 본래 재무상태개선조치 대상조합으로 정해진 곳으로, 그동안 경영정상화 계획안 등을 금감원에 제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수익성에 취약한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미 예견했던 일이다.
그러나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도내 부실신협측은 의외라는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부실신협의 영업정지에 따른 파장을 살펴본다.


△부실신협 정리 추진배경

정부는 부실신협에 대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2001년 7월 재무상태 개선조치제도(적기시정조치)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재무상태개선 조치대상 신협의 상당수가 경영실적이 호전되지 않고 있자, 정부는 이들 신협의 재무상태개선계획의 이행정도와 정상화 가능여부를 판단해 영업정지를 내리기로 했다.
이번 조치의 기준은 총 자산 중 손실금인 순자본비율이 -7%미만인 조합이 대상이며, 이는 원래의 기준인 순자본비율 -20%보다 훨씬 강화된 기준이다.
또 정부는 오는 2004년부터 신협을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부실신협 정리가 지연될 경우 신협중앙회 및 회원신협의 부담이 가중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협중앙회는 자체기금으로 예금보호 대상 신협을 안고가기에는 건전우량조합이 너무 힘들다는 판단 아래 이번 기회에 부실신협을 자체적으로 정리해야만 한다는 측면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정지 신협 처리절차 및 원리금 보호

영업정지가 내려진 부실신협에는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관리인으로 선임돼 지난 4일부터 내년 5월3일까지 경영관리를 하게 된다. 금감원은 앞으로 2~3개월정도 관리인의 재산조사결과를 감안해 조합의 경영정상화 가능여부를 판단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보이면 경영관리를 끝내게 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의지를 갖고 부실신협의 전체 손실금을 변제하면 몰라도 대부분 파산절차를 밟아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재산실사 과정에서는 인근 조합으로의 합병 등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자산·부채 실사과정에서 불법대출 등이 발견될 경우 신협 이사장 등 책임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재산실사 후 이들 신협의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예금보험공사에서 조합원의 예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기간은 영업정지일로부터 최소한 3개월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내년 2월께야 조합원들이 원리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탁금과 출자금 등 원리금이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전액 보호를 받게 되므로 당장 돈을 못찾아도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 도내 11개 부실신협에는 5000만원 이상 원리금이 있는 조합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원 양곡동신협에 예금을 한 주부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신협에 달려왔다”며 “원리금이 5000만원 정도 되는데, 다행히 가족들 이름으로 분산시켜 예금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도내 11개 부실신협의 경우 재산실사를 해봐야 인근 조합과 합병을 할 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향후 2~3개월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 신협은 퇴출이 확정된 상태이며, 직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내년까지 신협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나, 금감원은 4일 부실 신협에 대한 일제 정리는 이번 조치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신협 구조조정 향방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