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는 지금 여우들 천지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나영부터 촌스럽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공효진, 과감한 누드로 남성들의 혼을 빼놓을 김민선 등 다양한 색깔과 연령의 온갖 여우들이 제각각 영화 한 편씩을 들고 나왔다.
먼저 화제를 모으는 여우는 ‘미인도’의 김민선이다.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의 일대기를 그린 팩션 영화 ‘미인도’에서 남장여자 신윤복을 열연했다.
이나영은 강동원과의 최루성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 2년 만에 김기덕 감독의 ‘비몽’으로 컴백했다. 상대는 일본 톱스타이자 국내에도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한 오다기리 조. 꿈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슬픈 운명을 담은 러브스토리로 김 감독의 최근 작품 성향답게 몽환적이다. 몽유병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어느 남자의 꿈대로 움직이게 되는 여자 란 역이다.
올 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억척 아줌마 이미지를 심었던 문소리, 두 계절 바뀌더니 돌아온 첫 사랑에 흔들리는 20대 아가씨로 변신했다. 왜? 창고에 머물다 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영화 ‘사과’의 뒤늦은 개봉 덕분이다.
7년 사귄 남자에게 단 7초 만에 차이고 새로운 남자와 결혼하지만 첫 사랑이 다시 돌아오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 20대 현정이다. 문소리가 연기파 여배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경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에서 안면 홍조증 건강염려증 과대망상증 등등 갖가지 증상을 갖고 있는 비호감 양미숙으로 분했다. 얼굴에 늘 홍조기를 띄운 촌스러운 스타일의 추녀 캐릭터다. 세련된 도시녀에서 섬마을 미혼모까지, 20대 젊은 배우답지 않게 연기 스펙트럼이 워낙 넓은 배우라서 신기한 일도 아니다.
전작 ‘무방비 도시’에서 실망스런 캐릭터 소화로 관객들을 실망시켰던 손예진은 발칙한 주부 역할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이중 결혼이라는 파격 상황 속의 여주인공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어다. 손예진은 엄연히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주장하는 인아 역으로 ‘사랑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