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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칼럼
꺼져버린 동 지역 경제 불씨, 공약 사업 향촌동 산단 조성으로 되살려야!
사천시의 지형은 통합 이후 오랜 세월동안 미묘한 지역적 균형과 갈등 속에 숨결을 이어왔다. 특히 동 지역(구 삼천포)주민들에게 시정(市政)의 향방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의 만족도를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 「사천을 디자인하다 ⑦」 사천의 감성을 문학으로 디자인하다 』

삼천포 새벽시장에 서면 사천의 성격이 보인다. 바닷바람은 거칠고 상인의 말투는 짧지만, 돌아서는 손님 봉지에는 늘 작은 정 하나가 더 담긴다. 흥정은 투박해도 마음은 따뜻하고, 삶은 억척스러워도 눈빛에는 오래 묵은 다정함이 남아 있다. 남해의 바다와 와룡산의 능선, 사천강의 물빛과 들판의 바람은 사천 사람을 단단하게 키웠고, 동시에 깊은 서정을 품게 했다. 어쩌면 사천의 감성은 갯바위와 닮았다. 파도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햇살이 닿으면 오래 따뜻해진다. 사천은 강한 생활의 도시이면서도 마음 한쪽에 시를 숨긴 도시다.
그 감성은 이미 문학으로 증명되었다. 박재삼 시인은 삼천포의 바다와 서민의 삶, 그리움과 한을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길어 올린 한국 서정시의 큰 이름이다. 김인배 소설가 역시 삼천포에서 태어나 지역의 기억과 인간의 내면을 소설로 남긴 문학인이다. 이들의 작품은 사천이 단순히 풍경이 좋은 도시가 아니라, 풍경을 언어로 바꾸고 삶을 이야기로 남길 수 있는 도시임을 보여준다. 바다는 배를 띄우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문장을 띄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문학인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천의 미래 언어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천의 문학 자산은 아직 도시 브랜드, 교육, 관광, 산업으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 박재삼문학관과 문학제가 있지만, 사천 전체의 문화 성장 전략으로 넓히기에는 지원과 육성이 더 필요하다. 특히 AI 시대에 문학은 낡은 교양이 아니라 미래의 무기다. 좋은 프롬프트는 좋은 문장, 정확한 관찰, 깊은 맥락에서 나온다. 사천의 아이들이 고향의 바다를 보고 한 줄의 문장을 쓰고, 할머니의 사투리를 기록하고, 골목의 삶을 관찰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면 AI를 다루는 힘도 달라진다. 기술은 기계를 움직이지만, 감성은 방향을 정한다. 지역의 언어를 잃은 도시는 검색될 수는 있어도 기억되기 어렵다. 사천이 기억되는 도시가 되려면 사천다운 말과 장면을 계속 생산해야 한다. 문학은 도시의 감정을 정리하고, 시민이 스스로 고향을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부드럽지만 강한 도구다.
이제 사천은 문학을 도시 디자인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청소년 시·산문 경연, 사천 바다 문장 공모전, 지역 작가 낭독회, 문학과 음악이 만나는 공연, 골목 문학투어, 시민 생애사 기록, AI 프롬프트 글쓰기 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어야 한다. 학교, 도서관, 문학관, 예술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연중형 플랫폼을 만들고, 수상작은 관광 기념품, 전시, 공연, 디지털 콘텐츠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작가 레지던시, 작은 출판 지원, 사천 문학지도 제작, 항구와 시장을 배경으로 한 창작 캠프를 더한다면 문학은 특정인의 취미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문화가 될 수 있다. 문학은 글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천을 노래하는 음악, 바다와 항구를 그리는 미술, 지역의 삶을 담은 영상과 연극도 모두 사천 문학의 확장이다. 지역 출신 가수가 있다는 사실을 넘어, 사천이라는 도시 자체가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이야기로 남아야 한다.
도시의 품격은 건물의 높이보다 이야기의 깊이에서 나온다. 작은 글 한 편이 축제의 포스터가 되고, 한 장의 그림이 관광상품이 되며, 한 곡의 노래가 도시의 기억을 만들 수 있다. 사천의 자연은 이미 아름답다. 이제 그 아름다움을 시민의 언어와 예술로 디자인해야 한다. 더 많은 지원과 더 넓은 무대가 마련될 때 사천의 감성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문화의 언어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거창한 예산보다 지역의 이야기를 귀하게 듣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문화는 행사의 순간보다 생활 속 반복에서 자란다. 한 번의 축제보다 매년 이어지는 교육과 발표, 기록과 유통의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게 쌓인 문장은 사천의 브랜드가 되고, 시민의 자부심이 된다. 오래 머무는 도시는 풍경보다 문장을 남긴다. 사천도 이제 그런 도시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과 실행이다. 작은 시작이 큰 품격을 만든다. 사천답게, 더 품격 있게.

윤정일 논설위원 제품디자인기술사 / 인간공학기술사

2026년 07월 23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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