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국민연금공단 청렴 경영을 선도하다
우리 사회 특히 공직사회에서 오랜기간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청렴’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에게 청백리라는 칭호를 내렸다. 청백리는 ......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

어둠에 묻힌 집

밤이면 별빛 내려앉던 작은 집들
슬레이트 지붕 같은 살림들 모여 늦은 저녁을 먹었지
달빛 아래 낡은 기와집들 지순히 나이 먹고
여린 풀잎 곁에서 어둠 밝히는 반딧불 같은 마음들
따뜻한 불빛을 찾아 날아들었지 날벌레처럼
아랫목마다 빠알간 둥지를 짓고
조심스레 희망을 이야기하며 지새우던 밤
고요한 어둠을 덮고 누운 마을, 대문 낮은 집들

요란한 바퀴 소리 새벽을 가를 때마다 선잠 깨는 집들
세상 위로 내려 꽂히는 햇살, 모래 먼지만 황량하게 일던
불도저 풀꽃 풀벌레들 쓸어내면 사막 같은 고속도로가 지나고
꽃대궁 꺾인 웃음들 홀씨처럼 흩날렸다
촘촘히 피어나던 알전구 불빛 꺼져가는 밤이면
수위 같은 가로등 불빛 어둠을 지켰다
별빛 지워진 마음들 그리움만 끌어안고 어디로 떠나가는지
아궁이마다 먼지 켜켜이 쌓이고 잡초로 뒤덮이는 나날들
트럭들 서둘러 집들을 실어내고 이정표만 남은 마을 어귀엔
두 눈 부릅뜬 장승들만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별빛이 내린다
사람들 흘린 땀방울 위로 기름 냄새가 지나가고
차들은 집의 흔적을 지우며 무작정 달려간다
희망을 송전하던 전신주마다 이젠 어둠을 실어 나르고
마을을 떠난 꽃내음 어둠으로 덮이는 밤
시퍼렇게 목청 세운 소음들만 땅 위에 뿌려지고
집 잃은 별들만 홀로 밤하늘에 빛나고 있다

(정현 시인)

2002년 12월 19일 10시 58분 /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