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에 꽃이 만발했다.
사천시 사천읍 진삼국도변에 자리잡은 사주리 공동묘지. 1천658㎡에 216기가 안장되어 있는 이 곳에는 음산하다는 공동묘지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5~6월 사이 수만포기의 노란 야생화가 피어 꽃동산을 만들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제 강점기인 1939년 조성된 이 공동묘지에 만발한 꽃은 코스모스 모양으로 생긴 미국산 「코레오프시스」. 길이는 15~20㎝로 우리나라에서는 「황금초」라 부르는 꽃이다.
이 곳에는 수십년전 한 어린 소녀가 혼자와서 무연고로 방치되던 한 무덤가에 노란 꽃 한송이를 심고 갔다고 전해진다. 당시 주민들은 소녀와 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 뒤 소녀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소녀가 심은 한송이의 꽃이 강한 번식력으로 공동묘지를 꽃동산으로 바꾸어 놓자 마을에서는 소녀와 꽃의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외동 하나를 두고 외롭게 살다간 노부부가 꿈에 현몽해 딸로 하여금 꽃을 심게 했을 것이다.」 「일제시대 마을을 떠난 사람이 어렵게 살다 죽으면서 딸에게 선조의 묘를 부탁했을 것이다.」 「영령들이 천당으로 간 표시가 꽃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사실 공동묘지가 꽃동산으로 바뀐 것은 수십년간 벌초를 하지 않은 무연고 무덤에 번식력이 강한 꽃이 번진데 있다.
그렇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공동묘지가 꽃동산이 되면서 주민들 뿐만아니라 진삼국도를 오가는 차량 탑승자들도 꽃을 보고 묘지를 찾았다가 이곳에 잠든 영혼은 편안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은 『음산할 것으로 생각되던 공동묘지가 이름 모를 한 소녀가 심은 꽃 한송이가 꽃동산으로 변한 것은 뭔가 사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화제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