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엔 삼천포 대교에 나가 뜨는 해 바라보자
대방과 초양도 사이
검은 고요가 바다의 엉덩이 툭툭치며
뱃고동 따라 돌아다니는 소리 들어보자
시린 갯바람도 아랑곳없이
바다의 창문 활짝 열어젖히는
패총에서 뛰어나온 신석기시대의 조무래기들
또랑한 눈망울도 바라보자

팥죽처럼 끓던 즈믄 해의 세상사를 딛고
와룡산 민재봉에서
새 아침 향해 줄달음질 쳐 온 파닥이는
시간의 비늘 바라보자
추위 속에서 더 맑아진 머리로
다리 난간에 기대어 멸치 떼처럼 반짝이는 갯내음 보며
현란한 수화 속 묵은 때 한 통씩 경매하는
어시장의 왁짜한 사람 사는 소리도 들어보자
새것이 묵은 것 밀어내는 소리에 싸여
각산 비탈 달려 내려오는 선잠 깬
우럭 볼락 노래미의 조부당한 어깨도 사 안아보자

답답하고 화나고 실망스러웠던 어제의
우리들은 얼마나 가난했던가
빈약한 그 날들 위 삼천포대교에 비친
새파란 햇살 한 줌 덮어보자
지난 여름 성정 사나운 매미 헤집고 간
골 깊은 바다의 주름도 탱탱해지지 않는가.

낡은 창호지 떼어내듯 우리들 가슴에 쌓인
묵은 때 지우며 이 아침
우리들이 만나고 싶은 것은
저런 파닥이는 삶의 비늘 아닐까
그 파닥임 속에서

자꾸만 꼬여가던 우리들의 일상도
원 없이 둥글어져 끝내 하나 되는,

이제 막 산도 통과한 해 맞으러
바다 위 저공 비행하는
은빛 이마 앞세운 갈매기 한 무리
한려해상 오가는 씩씩한 철선들도 호흡이 가쁘다.
멀리 사천만 간척지에서 새 날 꿈꾸는 맑은 영혼
굵은 힘 줄 불끈이며
철꺽철꺽 파일 박는 소리 들려온다
새해 아침 신라금관 쓴 삼천포대교
콧노래 흥얼대며
탄탄한 다리 바다 깊숙이 박고 섰다.
※새해맞이 행사때 낭송한 소망시 전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