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신문 ▒▒▒

봉화칼럼

국민연금공단 청렴 경영을 선도하다
우리 사회 특히 공직사회에서 오랜기간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청렴’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청렴하고 강직한 신하에게 청백리라는 칭호를 내렸다. 청백리는 ......

『 가선대부 박응철 장군 내외 묘지 제막식 참가기 』

2019년 11월 2일 우리는 흥분과 우려를 반씩 가지고 신수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은 <사천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이다. 우리는 같은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긴 해도 더불어 행사를 참여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각자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고, 나름대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천 향토사에 대한 애정 때문에 회원에 가입해 <사천신문> 김을성 주필이 발행하는 <사천역사문화신문>을 받아 보고 서신을 주고받거나 의견을 종종 나누었다. 모두가 사천, 혹은 삼천포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오늘은 협동조합 <사천향토사연구회>와 <신수도 환경연합회>의 주간으로 신수도에서 발굴한 가선대부 박응철 장군 부부 묘비 제막식과 동 묘비를 설명한 현판을 세우는 날이다
가선대부는 종2품 벼슬로 고위직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이 날 행사에 참가하는 회원들 중 일부는 장군의 묘비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종 2품 참관이 외진 신수도에 묻혀 있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수도로 향하는 선상 위에서 우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신수도 곳곳에 <조선시대 오위도총부 용양위 부대 가선대부 박응철 장군 묘소 현판식>이 거행된다는 플랜카드가 나붙었고, 풍경이 좋은 바닷가 길은 <박응철의 길>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런데 만일 묘비가 진품이 아니라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 행사를 주도한 신수도 환경연합은 지역 주민들에게 면목이 없게 될 것이고, <사천향토사연구회>는 그동안 지역 사회에서 나름대로 쌓아올린 명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천향토사연구회>는 협동조합이 되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회원들의 활동이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부 회원들은 사천이 아닌 타지에 있고, 또 다른 회원들은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고 있어, 시간을 내기가 용의하지 않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이번 박응철 장군 묘비 현판식은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사천향토사연구회>는 본 행사가 지역사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었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박응철 장군 내외분이 두 단체의 운명을 결정할 판이었다. 더구나 지역 단위의 향토사 연구회가 국고나 시비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이런 묘비를 발굴해 제막식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뱃머리가 섬에 닿자 흥분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묘비가 진품이 아니라면 이미 벌려 놓은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부터 회원들의 발길이 무거웠다. 뱃머리만이 아니라 신수도 곳곳에 세워진 깃발들이 그런 불안 심리를 더욱 가중 시켰다.
신수도 본동을 잠시 둘러본 우리들은 박응철 장군 묘비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들에는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었다. 신수도는 고구마로 유명한 섬이었다. 회원들은 얘기를 나누면서 약간 한가하게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이런 저런 사람들이 보였다. 트럭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사람들,큰 카메라를 목에 매달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 젊은 외국인 여자, 옷을 곱게 차려 입은 동네 아낙네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묘비 제막식 및 현판식 행사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몇 백년이 지난 묘비가 이렇게 깨끗할까?”
필자가 묘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다. 17-18세기 세워진 것으로 추종되는 묘비의 상태가 너무나 양호했다. 비석에 새겨진 한자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몇 백년 동안 땅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묘비를 발굴해 세우고 본 행사를 주도한 김을성 회장님의 답이었다. 그리고 묘비 앞뒤로 빼곡한 한자를 읽고 있던 회원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문학박사, 혹은 수많은 역사 기행을 신문에 실은 시인이거나 오랜 세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었다.
“저도 회원님들과 똑같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상대학교 박물관에 문의를 해 답을 얻었습니다.”
회장님은 말을 하고 환하게 웃었다.
신수도 산자락에 묻힌 사람은 가선대부 박응철 장군 내외가 분명했다.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배에서 회장님은 더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사천향토사연구회 회원 소설가 강희진

2019년 11월 21일 11시 09분 /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