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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31 03:02

문(文)호랑이

사천군 곤명면 송비산 봉우리 밑 거센 벼랑사이에 굴이 있는데 사람들은 문(文)호랑이 굴이라 한다. 하동 대내골(현 북천면)에 문처사라는 사람이 살았었다. 그의 식솔로는 고령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자식이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아내에게 맡기고 그는 깊은 산 속 암굴에 들어가 10년 간 학문에 전념하여 여러 성인들의 경서를 두루 읽고 역학도 익혀 주역 통달의 경지에 이르러 둔갑술까지 터득하였다.

입산한지 10년 만에 세상에 이름을 날리려는 큰 뜻을 품고 하산하여 보니 노모는 병들어 누워 있고, 아내는 궁핍한 가계를 꾸려 가느라 머리까지 잘라 팔아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어머니는 항상 개장국을 먹고 싶어하였다. 문처사는 약한 아내에게 노모의 병간호마저 맡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웅지를 일단 보류한 채 노모를 봉양하기로 결심하였다.

어느 날 밤 호랑이로 둔갑하여 개 한 마리와 쌀 한 가마를 집에 가지고와 노모 봉양과 가솔의 끼니를 잇게 하였다. 먹고 떨어진 무렵이면 어김없이 개와 쌀이 집에 닿아 있자, 못살아도 청렴을 신조로 하는 아내로서는 남편 문처사를 의심하여 그의 거동을 살피기로 결심하였다. 어머니께 드리는 개장국이 떨어지는 날, 아내는 볼 일을 빙자하고 밖으로 나와 짚동 속에 숨어서 살피기로 하였다. 자정 때쯤 되자 남편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뒷산 후미진 곳에 이르러 주문을 외며 벅수를 두어 번 넘자 커다란 호랑이로 변해서 기지개를 펴면서 앉았다. 이를 본 아내는 기절할 뻔하였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살피니 호랑이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내는 집에 돌아와 근심을 하다가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남편이 소중히 여기던 부적이었다. 이 부적과 남편의 행동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선뜻 부적을 끌어내어 아궁이에 불을 질러 태워 버렸다.

한편, 호랑이로 변신한 문처사는 오늘도 개 한 마리를 가지고 집에 내려놓고는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고자 주문을 외면서 벅수를 몇 번 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되풀이해도 사람이 되지 아니했다. 이미 변신 부적을 불태웠으니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문처사는 영영 호랑이가 된 것이다. 문처사의 아내는 무섭고 두려워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가족을 데리고 멀리 이사해 갔다. 문호랑이는 가족의 간 곳도 알 수 없고 억울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밤마다 슬피 우니 동네에서는 관에 고하여 호랑이 잡아주기를 탄원하니 고을 원님은 방을 걸어 써 붙였다. 이를 안 문호랑이는 하는 수 없이 곤명 송비산의 숲 속으로 피신하여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송비산 밑에 송림이라는 마을에 강총각이 살고 있었다. 그는 힘이 장사이고 담이 남달리 커서 마을 사람들은 강장군이라 불렀다. 하루는 강총각이 송비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옆에 앉아 있는지라 처음에는 놀랐으나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보니 해를 끼칠 짐승이 아닌 것 같고 또 자세히 보니 꼬리 옆에 옷고름이 하나 달려 있었다. 이 옷고름은 문처사의 변신술이 완성이 덜 되어 보인 것인데 문호랑이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모르다가 강총각이 발견한 것이다. 드디어 강총각과 문호랑이는 무언중에 사귀게 되었다.

강총각은 문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좋은 규슈와 혼인하게 되었고 생활기반도 튼튼하게 되었다. 문호랑이는 고독한 설움으로 허탈할 때 강총각의 위안을 받으면서 서로 죽을 때까지 우애 있게 잘 지냈다 한다.

<자료출처:사천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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